반세기 넘게 영공 지킨 ‘불멸의 도깨비’
- 1969년부터 도입한 F-4 팬텀 전투기, 55년간 영공 지키고 올해 퇴역 예정
- 대북 공군력 열세 만회하고 대한민국 공군 현대화 앞당긴 주인공
- ‘소흑산도 근해 간첩선 격침’, ‘이웅평 대위 귀순기 유도 작전’ 등 맹활약
‘미그기 킬러(MiG Killer)’, ‘하늘의 도깨비’ 등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해온 F-4 팬텀(Phantom) 전투기가 55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명예롭게 퇴역했다. 지난 6월 7일(금) 공군 수원기지에서는 1969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하늘을 굳건히 지켜온 F-4 팬텀 전투기의 퇴역식이 열렸다.
공군은 지난 1969년 처음 F-4D를 도입한 후 F-4E와 정찰기인 RF-4C를 차례로 들여와 운용하다가 F-4D와 RF-4C를 2010년, 2014년 각각 퇴역시켰고, 마지막으로 남은 F-4E도 이번에 퇴역했다. <사진 및 자료 제공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의 Masterpiece, F-4E
- 1958년 첫 비행 후 5,100여대 제작, 美 동맹 10여 개국에서 운용
- 탁월한 성능으로 공대지ㆍ공대공ㆍ근접항공지원작전 등 다양한 항공작전 수
- 강렬하고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항공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 받아
F-4E는 F-4D의 공대공·공대지 능력을 강화한 개량형으로, 1967년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社가 전천후 전폭기(전투기+폭격기)로 개발했다.
F-4E는 F-4A부터 F-4E로 진화한 F-4 시리즈 중 최신형이다.
2인이 탑승할 수 있는 복좌기로 최대속도 마하 2.4, 최대 무장탑재량은 7.3t에 달하며, 전폭기로서 폭격 임무와 엄호, 적 항공기 침투저지, 근접항공지원작전(CAS) 등 다양한 항공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탁월한 성능을 가졌다.
또한, 기관포가 장착되어 있고, 공대공(AirToAir)과 공대지(AirToGround) 미사일, 장거리 정밀유도무기인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 팝아이(Popeye, AGM-142) 등도 탑재 및 운용이 가능하다. 미국의 F-4는 핵투발 능력을 보유하기도 했다.
F-4 팬텀은 1958년 첫 비행을 마친 뒤 1985년 단종될 때까지 총 5,195대가 만들어졌다.
최초 美 해군의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함재기로 개발되었으나, 그 성능의 우월함이 입증되어 美 공군과 해병대는 물론, 우리나라 등 서방 10여 개국에서 운용됐으며, 1960~70년대 최강의 전투기로 활약했다. 미국은 공군·해군·해병대에서 F-4를 다목적으로 운용했으며 현재의 F-35 라이트닝Ⅱ가 합동 타격 전투기(JSF)로 개발됐는데, F-4는 1세대 JSF인 셈이다.
미국은 1996년 4월, 마지막 F-4G 부대가 해체됐고, 무인표적기 임무를 수행하던 QF-4도 2016년 12월 21일 퇴역시켰다. 미국은 적 방공제압(SEAD)을 위해 F-4E에 AN/APR-47 안테나를 추가한 F-4G(Wild Weasel)을 운용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9년 처음 F-4D를 도입한 후, 개량형인 F-4E, 정찰기인 RF-4C 등 총 187대의 팬텀을 운용했다.
F-4는 약 55년간 대한민국의 영공을 지키는 주력 전투기로서 활약해왔지만,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F-4D는 2010년, RF-4C는 2014년에 각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F-4E는 6월 7일 모두 퇴역했다.
한국의 F-4 퇴역 후 F-4 운용국은 튀르키예·그리스·이란으로 F-4는 항공기 애호가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근육질의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거대한 기체는 개당 1만 7,900파운드의 추력을 가진 터보제트 엔진(J79-GE-17) 2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추력으로 날렵한 기동을 펼친다.
특히, 팬텀을 후방에서 바라보면 밑으로 처진 수평 꼬리날개가 유령이 눌러쓴 모자로, 두 개의 엔진 배기구가 유령의 두 눈처럼 보인다. 마치 서양의 전통적인 유령(Phantom)과 흡사해 보여 기술도면 제작자에 의해 ‘스푸크(Spook)’ 캐릭터가 탄생했다. F-4의 공식 별칭이 팬텀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군은 이번 퇴역을 기념하며 빨간마후라와 태극무늬를 더한 스푸크, 조선시대 무관의 두정갑을 입고 팬텀의 대표적 무장 AGM-142를 들고 있는 스푸크를 각각 새롭게 디자인했다. 지난 5월 9일 국토순례 비행에서 최초로 선보인 새 스푸크들은 전투기의 동체측면에 ‘국민의 손길에서, 국민의 마음으로’라는 기념 문구와 함께 그려져 대한민국 영공 수호자 F-4 팬텀의 의미를 더했다.
F-4 팬텀 제원
◆ 크 기(DIMENSIONS)
높이(HEIGHT) | 5.0m | 넓이(WIDTH) | 11.8m |
길이(LENGTH) | 19.2m | 무게(WEIGHT) | 32,000lbs |
◆ 성 능(PERFORMANCE)
● 최대속도(MAX SPD) : M2.4
● 최대상승고도(MAX CLIMB ALT) : 75,000ft
● 최대항속거리(MAX CRUISE RANGE) : 1,750miles
◆ 임 무(MISSION)
● 전술 공대공/공대지 폭격
(TACTICAL AIR TO AIR / AIR TO GROUND BOMBING)
● 지상군 지원을 위한 근접항공지원작전
(CLOSE AIR SUPPORT)
◆ 무장 능력(ARMAMENT CAPABILITY)
● 20mm 기총(MACHINE GUN) : 635발
● 공대공 미사일(AIR TO AIR MSL)
: AIM-9 4발(단거리용), AIM-7 4발(중거리용)
● 최대 폭탄 탑재량(MAX BOMB LOAD) : 7.3톤
● 장착 정밀유도무기(GUIDANCE WEAPON)
: AGM-65/142, GBU-10/12
대한민국 F-4 팬텀의 역사
우리나라는 1969년 美 정부가 제공한 특별 군사원조 1억 달러 중 6,400만 달러를 들여 1개 대대 분의 F-4D를 도입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북한과 비교해 군용기 보유 대수가 절반에 불과했고 게다가 북한은 성능이 뛰어난 MiG-21 등 최신 전투기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군력은 우리나라를 크게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세계 최강의 전투기 F-4D의 도입으로 공군력의 비대칭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었다.
1969년 8월 29일에는 최초로 대구기지에 도착한 F-4D 6대의 인수식을 거행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4번째 팬텀 보유국(미국, 영국, 이란, 대한민국)이 됐다.
이날 F-4D 편대는 오전 9시 55분 우리나라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고, 환영나온 F-5A 편대와 함께 비행했다. 앞서 F-4D 편대는 8월 25일 미국 맥클레란(McClellan) 공군기지를 출발해 하와이, 괌, 오키나와를 경유해 공중급유를 받으며 1만 2,000km를 날아왔다. 8월 29일 대구기지에 착륙하기 직전에는 수직상승, 음속돌파 등 최고의 공중기동을 선보였고, 오전 10시 28분 감속장치인 ‘드래그슈트’를 펼치며 멋지게 안착했다.
임충식 국방부장관과 문형태 합참의장, 김성룡 공군참모총장, 스미스 주한유엔군 참모장을 비롯한 내빈과 장병들은 F-4D가 착륙하자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부르며 크게 환영했다.
참석자들 중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인 신성일 씨도 등장해 화제가 됐는데, 최초의 F-4D 1번기를 조종한 편대장 강신구(당시 35세) 중령이 그의 형이었다.
팬텀은 명실상부 비행성능, 공대공·공대지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동세대 전투기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발휘했다.
1971년 6월 1일 발생한 소흑산도(現 가거도) 근해 대간첩작전은 팬텀의 능력을 증명한 대표적인 전적이다. 이날 새벽, 북한의 대형 무장간첩선이 소흑산도 근해에 출몰하자 공군과 해군은 합동작전을 벌였다. 북한 간첩선은 대공화기로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공군 F-4D 전투기는 미명 속에서 끈질기게 추격한 끝에 격침시켰다.
1972년에는 우리 공군이 보유 중인 F-5A·B 30여 대를 베트남전에 보내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F-4D 18대를 무상·무기한 조건으로 임대했다.
1975년에는 ‘北 김일성 중국 방문’, ‘베트남 공산화’ 등 안보위기 상황이 조성되자 우리 국민은 앞다퉈 방위성금을 냈고, 그 중 70여 억원으로 F-4D 5대를 구입했다. 이 전투기가 ‘방위성금 헌납기’였다.
공군은 1975년 12월 12일 수원기지에서 ‘방위성금 항공기 헌납식’을 가졌다. 박정희 대통령이 ‘필승편대’라고 명명한 방위성금 헌납기 편대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12개 주요 도시 상공을 비행하며 방위성금을 낸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후 공군은 공대공·공대지 능력이 강화된 F-4E를 1977년 9월 20일 도입했다. 이로써 F-4 팬텀은 1980~90년대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서 영공방위 대비태세를 갖추는 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1983년에는 북한에서 이웅평 대위가 MiG-19기로 귀순했을 때 비상출격하여 안전하게 수원기지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1998년에는 동해 상공에 출현한 러시아 정찰기 IL-20을 식별·차단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팬텀은 넓은 작전반경과 압도적인 무장능력을 발휘하며 주요 작전·훈련에 투입돼 맹활약했다.
공군은 전력 증강 사업을 지속 추진해 1986년 4월에 F-16D를 도입했으며, 2005년 10월에는 F-15K를, 2019년 3월에는 F-35A를 도입했다. 이처럼 기존 전력을 대체할 최신 전력이 도입됨에 따라 팬텀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어 ‘2024년 퇴역’이 확정되었다.
공군은 반세기 이상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F-4 팬텀의 마지막이 ‘영웅의 해피엔딩’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다양한 ‘퇴역 이벤트’들을 기획했다.
2024년 3월 8일 공군이 운용 중인 전 기종의 전투기들이 수원기지에 모여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를 실시했다. 엘리펀트 워크는 공군력의 위용과 압도적인 응징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수십 대의 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장착하고 활주로에서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하는 훈련이다. F-4E 8대를 선두로, F-15K, KF-16, F-16, FA-50, F-5, F-35A 등 총 33대의 전투기들이 뒤를 이었다.
한편, 5월 9일에는 F-4E 팬텀 4대가 다시금 ‘필승편대’의 이름을 부여받고 55년간 수호해온 대한민국 영공 곳곳을 누비며 국토순례 비행을 했다. F-4 팬텀의 모기지였던 수원, 청주, 충주, 대구뿐만 아니라, 팬텀의 역사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거점 상공에 비행운을 남겼다. 특히 사천 상공을 지날 때는 미래 공군의 핵심전력이 될 KF-21 2대가 합류해 성공적인 전투기 세대교체의 의미를 더했다.
한때 세계 최강의 전투기였던 F-4 팬텀도 세월의 흐름을 비껴가지 못하고 퇴역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F-4E 퇴역에 앞서 공군에서 운용했던 F-4D는 2010년에, RF-4C는 2014년에 각각 퇴역했다. 제작사가 검증한 F-4 설계수명인 4,000시간보다 훨씬 장기간 운용한 것이다.
공군은 F-4 팬텀을 운용하는 동안 안정적 전력 운용을 위해 기골보강, 운용환경 개선과 등 수명 연장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여기에 공군 조종사들의 확고한 안전의식과 정비요원들의 완벽한 정비지원이 더해져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대한민국 영공을 반세기 넘게 굳건히 지켜온 불멸의 도깨비! 세계 최강의 전투기! 세기의 마스터피스! F-4 팬텀의 전설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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